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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선진 안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신념을 사용할 수 있기는커녕 발밑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막무기 일행이 할 수 있는 건 문선패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걷는 것뿐이었다.
막무기는 주위를 파악해도 어차피 쇄선진 안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영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장의 수 중 하나인 영안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
영록남의 말대로 쇄선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화살표를 따라서 족히 열흘은 걸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영 도우님. 만약 저희가 쇄선진에 있는 동안 제신탑이 닫히면 저희는 이곳에 갇히게 되는 겁니까?” 막무기가 물었다.
영록남은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넋이 나가 버렸다.
‘그러고 보니… 정말 어떻게 되는 거지? 보통이라면 제신탑 어디에 있든 제신탑이 닫힐 때 밖으로 전송되겠지만, 강자들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쇄선진 안에서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영록남이 고민에 빠진 찰나, 엄청난 힘이 솥에 부딪혔다. 솥이 펼친 방어막이 크게 흔들리는 동시에 살기가 스며들어왔다.
막무기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락서를 향해 신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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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패가 파워볼실시간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안전할 줄 알았는데…….’ 솥을 제어하고 있던 영록남도 살기를 막지 못하고 입가에 피를 흘렸다. 그는 서둘러 단약을 삼키고 말했다.
“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 살기는 쇄선진 자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쇄선진에 갇혀 있는 강자의 것입니다. 쇄선진에 갇혀 있는 탓에 살기가 한곳에 뭉쳐 있다가 새어 나온 거겠지요. 자주 있는 현상은 아닐…….” 쾅!
영록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강력한 살기가 솥에 부딪혔다. 영록남은 피를 토하며 뒤로 밀려났다.
막무기가 재빨리 손을 뻗어 영록남을 붙잡아줬다.
멈춰 선 영록남은 실시간파워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감사합니다…….” 영록남은 막무기보다 수련 등급이 높았지만, 쇄선진 안에서 선존 중기는 잔챙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길을 알려주는 문선패가 없었다면 그는 진작 죽었을 것이다.
“뭔가 위험한 것 같습니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막무기는 곧장 방향을 틀어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달리는 방향은 문선패가 가리키는 방향과 다른 방향이었다. 그는 방향을 틀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위기감이 느껴져서 어쩔 수 없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막무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곳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영록남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막무기보다 한발 늦게 알아챘다. 그가 막무기를 따라서 도망치려던 찰나 여러 개의 살기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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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가 솥 파워볼게임 위로 떨어져 괴상한 작렬 음이 울려 퍼졌다. 영록남은 솥을 거의 완벽하게 연화했지만, 솥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솥이 날아가는 동시에 살기가 영록남을 덮쳤다. 결국 영록남은 살기에 휩쓸려 쇄선진 깊은 곳으로 휩쓸려 갔다.
막무기는 재빠르게 락서를 꺼냈다. 그는 영록남이 살기에 휩쓸린 건 직접 보지 못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일 거라고 확신했다.
‘문선패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서 갔는데 나보다 훨씬 강하고 쇄선진을 잘 알고 있던 영록남도 당해버렸어……. 절대 못 해… 내가 무슨 수로 기리를 구하겠어……. 게다가 그 기령은 나한테 줘야 할 걸 하나도 안 줬잖아. 그런데도 여기까지 해줬으니 난 할 만큼 한 거야.’ 막무기는 방향을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문선패가 가리키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았다.
결국 막무기는 엔트리파워볼 마음을 가다듬고 영안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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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영안을 펼치자 주위 십수 미터 정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막무기가 밟고 있는 건 갈색 흙이었다. 좌측 7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부러진 검이 꽂힌 거대한 바위가 있었고, 4~5m 정도 앞에는 메마른 저수지가 보였다. 저수지에는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 뼈가 있었다. 우측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뒤에는 쇄석이 쌓여 있었다. 쇄석은 무언가 규칙이 있게 쌓여 있는 것 같기도 해 몹시 괴이한 느낌이 들었다.
막무기는 검도를 수련해 본 적은 없지만, 부러진 검에 엄청난 검의가 깃들어 있는 게 느껴졌다.
‘만약 저쪽에서 뛰어왔다면, 저 검의에 닿아서 몸이 갈기갈기 찢겼겠지……?’ 막무기가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귓가에 온화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 젊은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해선패를 들고 있다는 거겠지.” “누, 누구야?”
막무기가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소리는 우측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네. 중요한 사실은 자네가 가지고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패를 내가 만들었다는 것이지. 이곳에서 나가고 싶으면 날 돕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선배에게는 존경을 담아서 말해야지. 그렇게 반말을 하면 쓰겠나…….” 느긋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문선패를 만든 사람?’ 막무기가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난 원래 선배한테 존경을 표하지만, 지금 당신이 만든 해선패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게다가 같이 온 동료는 생사불명이 됐어. 아마 살아 있기는 힘들겠지… 이게 다 네가 만든 해선패 때문이야!” 그러자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 역시 하급 계역의 수사들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되는 건가……. 고작 잔존 살기에 당해 버리다니… 너무나도 나약하구나. 자네를 택한 건 내 실수일지도 모르겠군.” 막무기가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뭐? 잔존 살기? 난 36층에서 잔존 살기를 직접 봤던 사람이야. 잔존 살기는 시체에서 가끔 한두 번 튀어나오는 거지만, 조금 전 살기는 분명 영록남을 노리고 발사한 거였어. 그렇지 않고서는 솥으로 몸을 방어하고 있는 영록남이 쇄선진 깊은 곳까지 휩쓸려 갔을 리가 없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선배님의 조언을 듣겠습니다.” 막무기가 공손하게 말했다.
‘정말 이놈이 해선패를 만들었다면,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이놈을 믿는 수밖에 없어.’ “그래.”
막무기의 공손함이 통했는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자네 앞에 있는 연못에 청석이 떨어져 있을 거야. 그 청석을 내게 가져오면 된다네. 그 청석은 진귀한 재료야. 진판을 만들려면 그게 꼭 필요하지.” 막무기가 다시 영안을 펼쳐 연못을 바라봤다. 하지만, 연못에는 조금 전 봤던 물고기 뼈밖에 보이지 않았고, 주둥이를 쩍 벌리고 있는 괴상한 물고기 뼈는 보기 싫을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게다가 막무기는 왠지 모르게 그 물고기 뼈에 찔리면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청석이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막무기가 움직이지 않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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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할 필요는 없네. 자네가 있는 곳에 살기가 떨어지는 경우는 드무니 말이야.” 막무기는 그 말을 곱씹을수록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드물다는 건… 어쨌든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잖아.’ 막무기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몇 걸음 걷고는 질문했다.
“선배님. 저 연못은 안전합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쇄선진은 전설만큼 대단한 곳이 아니야. 이곳에 대단한 건 밖에 꽂혀 있는 대검 진기밖에 없지. 연못에는 청석 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 말게.” 막무기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청석 말고 아무것도 없다고? 저런 거짓말을 하는 걸 보니 내 존재만 알고 있지, 내가 영안을 쓸 수 있다는 건 모르는 거구나. 그렇다는 건…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고, 내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선배님. 연못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려가겠습니다.” 막무기가 소리치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어서 청석을 가지고 오거라. 네가 청석이나 비슷한 재료를 들고 있었다면, 굳이 너한테 이런 일을 시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지만, 막무기는 그 속에서 기쁨을 주체 못하고 떨리는 게 느껴졌다.
“윽… 뭐야!?”

막무기가 비명을 질렀다.
“선배님… 뭔가 물고기 가시 같은 거에 찔린 것 같은데요?” “뭐라고? 청석은 어디 가고 가시라니!?”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무기는 목소리를 계속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멈칫한 거 보니, 내가 한 말을 수상하게 여긴 모양이군.’ “선배님. 다행히도 제 방어 법보가 막아 줘서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청석은 물고기 뼈 아래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고기 뼈 아래에 청석이 담담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청석 근처에는 사람 뼈도 간간이 보였다.
‘여기서 엄청 많이 죽었나 보군…….’ 긴 침묵이 이어졌다. 막무기는 조용히 영안으로 주위를 살펴보고 대황을 꺼냈다.
‘설령 이기지 못하는 상대라 할지라도 끝까지 싸우다 죽겠어…….’ 한참 뒤 탄식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시가 있을 줄은 몰랐구나. 청석을 꺼낼 때 가시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거라.” “네.”
막무기는 전음으로 대황에게 청석의 위치를 알려주고, 알려준 대로 청석을 꺼내라고 지시했다.
대황은 청석이 보이지 않았지만, 막무기가 눈이 되어줄 거라고 믿고 움직였다.

대황은 막무기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담하게 연못에 뛰어들었다. 대황이 연못에 뛰어든 순간, 연못에서 강력한 힘이 작용해 대황을 생선 뼈가 있는 곳으로 넘어뜨렸다. 생선 뼈는 죽은 지 얼마나 됐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돼 보였지만, 그대로 대황의 몸을 뚫어 버렸고 대황은 그곳에 못 박혀 버렸다.
“무슨 일인가?”
대황이 너무 거하게 움직인 탓에 목소리의 주인도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도 더 격앙되어 있었다.
순간, 생선 뼈에서 흰빛이 미약하게 빛났다. 대황의 몸에서 무언가를 빨아가는 것 같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대황한테서 아무것도 빨아가지 못했다.
막무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황 같이 강한 선괴가 저기서 다짜고짜 균형을 잃고 쓰러져서 가시에 박힐 리가 없지. 저 연못이 이상한 거야… 목소리의 주인은 날 어떻게 할 셈인 거지? 음험한 자식…….’ “가시에 찔렸는데 법보가 또 이렇게 절 도왔네요.” 막무기는 대황이 뼈에 단단히 못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걸 보고, 목소리에 다급함과 불만이 묻어났다.
“그래… 일단 올라오거라.” 목소리는 뭔가 깊은 한숨을 내쉰 것처럼 들렸다.
막무기는 대황에게 올라올 때 청석을 챙기라고 말한 뒤, 연못의 위치와 구조를 기억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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