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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나비효과(4) -글쎄. 그 더럽게 잘생긴 백발 그 자식…… 무식하게 강하다니까! 녹스 그 놈은 이 버논이 보증하는 미친놈이라고!
몇 시간 전.
라스는 수업에 들어오기 전 버논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화의 주제는 역시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는 자.
녹스 폰 리인하버였다.
버논은 그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라스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정확히는 미심쩍다는 게 더 옳다는 표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입생이다. 겨우 조금 활약한 것 가지고 판단하는 건 속단에 그쳐. 신입생들에게 지나친 기대는 거둬라.
-하여튼 라스 자네는 꽉 막혀 있는 게 문제야. 노아 학장님도 인정하시지 않았나? 녀석은 확실한 재능을 갖추고 있어. 여기서 뭐가 더 필요하지? 4인의 현자가 인정한 최고의 재능이라 말한 녀석에게 말이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 그러니 너는 신경 꺼라.
두 사람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고, 라스는 여기서 제 의지를 공고히 했다.
세상만사가 절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라스는 리인하버 가문의 망나니에게 세계에는 무수히 많은 천재가 있으며, 그들이 으스러지는 것 또한 한순간이라는 것을 주지시켜줄 생각이었다.
때문에 일부러 그에게 질문 공세를 넣으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웬걸?
상황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녹스가 자신이 한 모든 질문에 답해낸 것이다.
…심지어 상급생들이나 겨우 답할 질문까지 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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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는 파워볼게임 당황을 애써 숨기며 녹스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학구열이 어느 엔트리파워볼 때보다 선연히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찬란한 보석을 마주한 인간의 모습과도 같았다.
새하얀 백발. 라벤더색의 눈동자를 보는 그 순간, 라스는 이미 뭔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녀석은 이후 크게 성장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노아가 확답했던 EOS파워볼 그 날처럼 말이다.
라스는 최대한 침착하며 녹스의 몸을 살펴보았다.
‘……이미 로투스바카라 마력을 개화한 상태군. 이 경우야 간혹 있으니 넘긴다 치더라도…. 체내 마나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대체 어떻게 저 정도 마력을 지니고 있지?’ 가장 이해 불가한 것은 역시 녹스가 지닌 체내 마나였다.
그것은 이미 교관인 자신과 맞먹고 있었다. 아직 개화도 채 끝마치지 않은 놈의 그릇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였다.
‘미친 재능이다. 정말… 천재가 로투스홀짝 나타났다는 건가?’ 지금까지 엘리데인의 교수로 지낸 기간 동안 만난 학생 중 단연 최고의 재능이다. 가진 마력만 본다면, 아니 지식까지도 그랬다.
라스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이내 손뼉을 쳤다.
라스는 원칙주의자였지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기에. 실력이 있다면 그에 따라 우대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자다.
어쨌든, 라스는 녹스에게 다음 단계의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신입생들에게 시키기는 지나치게 어렵기에 추천되지 않긴 하지만… 라스는 재능 있는 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는 성정의 교수다.
라스는 녹스라는 인물의 한계를 보고 싶었다. 한계. 이를 확인해두고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때문에 그는 새로운 시험을 준비했다.
바로 ‘악마 임프’를 이용한 ‘굴복’의 시험이었다.
라스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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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무조건 최고의 마법사가 되는 건 아니다. 이론적 지식! 거기에 더해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가 수반되어야만 해.’ 이론적 지식은 마법사의 기본 소양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용기만큼은 아니었다. 이는 만용과는 다르며, 자신의 경지를 제대로 파악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다.
이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시험은?
바로 미지(未知)와의 조우다.
악마를 꺼내 든 것은 그 이유였다.
물론, 라스의 학구열은 애석하게도 녹스와 학생들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했다. 신입생에겐 가혹하리만큼 난이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것도 오리엔테이션에서 말이다.
조교들은 과한 시험이라 생각은 했지만. 재능을 확인하고자, 눈이 돌아간 라스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 잠자코 그가 지시한 것을 가지고 나왔다.
드르륵.
이어 조교들이 바퀴가 달린 테이블을 강의실 내부로 끌고 들어왔다. 그 위에는 쇠로 된 철창 수십 개가 날개 달린 마수들을 가두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정확히 마수가 아니라….
“이것은 임프라고 불리는 소악마입니다.” -아, 악마라고요?!
-네엣?!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질 정도로 울려 퍼진다.
하지만 녹스는 심드렁했다. 라스는 그의 표정을 살피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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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조용히 해 주십시오. 엘리데인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로 한 여러분이 아닙니까? 기억해야 합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기사가 되는 것, 마법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魔)의 토벌이라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역시 악마라는 미지의 존재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스는 그렇게 이은 뒤 철창에 든 임프를 나눠주었다.
학생들이 기겁하며 그것을 받아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악마라고는 해도 하급에 불과한 데다, 철창에는 마력 처리가 돼 있어 생명에 위해가 될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그저 자신의 마력을 임프에게 주입해 철창 안의 악마를 굴복시키시면 됩니다.” 쉬이 말하자면 퇴마를 위한 첫 과정이라 보면 된다.
악마에 익숙해지고, 마력으로서 그를 굴복시키는 것.
‘악마는 기본적으로 악한 존재다. 하지만 자신보다 강한 이들에게는 쉬이 덤비지 못하는 겁이 많은 종족이기도 하지.’ 때문에 악마라는 종족이 무섭다.
녀석들이 싸움을 걸어온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그들보다 약하다는 의미니까.
이를 견디기 위해서는 쇠와 같은 강한 의지와 정신력이 필요했다.
-으… 이거 뭔가 이상한데….
-느낌이… 정신이 점점 몽롱해지는 것 같아….
-헤헤… 맛있는 파이다…….
-엠마… 잘못했어…….
라스가 지시를 내린 후.
악마의 통제에 도전한 학생들의 표정이 서서히 환락에 찬 이의 것으로 뒤바뀌었다. 아마 저마다 자신이 강렬히 소망하는 다른 것을 보는 중일 거다.
일종의 환각인데, 악마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라스는 차분히 학생들을 살피며 약간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신입생에게는 이른 시험이다. 하지만…….’ 라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두 여자가 있었다.
‘역시 신성 속성을 지닌 제이노스 가문. 그리고 뇌 속성 마력을 지닌 페넬로페 황녀님은 어떻게든 견뎌내고 있으신 듯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야, 신성 마력은 어둠과 마(魔)에 완전히 저항하는 특성을 지녔고, 페넬로페는 이미 마력 훈련을 열두 살부터 받아왔으니까.
거기다 페넬로페의 뇌 속성 마력은 ‘천벌’이라 해서, 암흑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성적 우위를 점하는 마력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아크하임 가문이 황가가 되어 제국을 통치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인 라스의 시선이, 이번에는 자신이 시험하고자 했던 소년에게로 향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라스의 동공이 일순 가늘어지고 말았다. 마치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구겨진 표정이었다.
“헉!”
“저기, 라스 교수님.” 그때.
녹스의 낮은 목소리가 강의실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삽시간에 강의실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제 철창 안의 임프가 꼼짝도 않고 구석에 숨어 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다른 녀석으로 바꿔주시겠습니까?” “…뭐?”
거기서만큼은 라스도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임프가 하급 악마라 해도, 악마다.
인간을 골리기를 좋아하는 지성체.

한데… 그 간악한 임프가 인간이 두려워 구석에 숨었다고?
그런 일은 가능한 것은, 자신이 알기로 단 한 사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임프가 이미 녹스 폰 리인하버의 마력에 짓눌려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나약한 악마라고는 하나, 아직 학생에 불과한 이에게 겁을 먹고 있는 거야…!’ 이건 도저히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었다.
라스는 흥분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말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말한 대로였다. 이제는 노아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녹스가 가진 재능이 자신이 상상한 것 그 이상이며.
어쩌면 역대 최강의 존재인 4인의 현자의 자리를 넘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가 어쩐지 섬찟하게 군침을 삼키며 녹스를 바라보았다.
“녹스 폰 리인하버. 자네…….” 라스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이었다.
자신이 지금부터 할 제안은 그 어떤 신입생에게도 허용되지 않은,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수준의 파격적 제안이니까.
라스는 겨우 침착하게 자신을 진성 시키며 이었다.
“내가 쓰고 있는 중대한 논문이 있네. 자네의 재능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터. 혹여 나의 제자가 될 생각은 없…….” “……싫습니다.”
녹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히 거절했다.
참고로, 지금 그가 하는 생각은 지극히 단순했다.

‘……드라마에서 비슷한 거 본 적 있지. 대학원생… 그거 완전 노예잖아. 그런 거에 속는 미친놈도 있나?’ 녹스는 당연하게도 노예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기껏 귀족으로 태어났는데. 굳이 다시 노예가 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상대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라스의 두 동공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들려오며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지, 지금 라스 교수님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사제관계를 제안하신 거야…?
-말도 안 돼!
-그런데 그걸 거절했다고? 녹스… 무서운 놈인 건 알았지만, 완전히 미친놈이잖아?!
-재수 없어.
‘……이거 내가 실수한 건가?’ 녹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녹스의 뇌리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조졌다. 모르겠다.
정말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꽤 크게 조진 것 같다.

덜덜덜-.
“하아…….”
‘재수도 없지. 이딴 불량품이 걸리다니…… 덕분에 사람들한테 괜히 주목만 받게 됐잖아. 아오, 악마 새끼가 가오가 없어.’ 짜증 섞인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지금 철창 가장자리에 붙어 벌벌 떠는 임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자연의 상태.
하잘것없어 보이는 외견이다.
작게 돋아난 뿔까지. 악마라고 하기에는 그저 약간 인상 나쁜 강아지 같다. 굳이 따지자면 치와와쯤 되려나?
‘하기야. 임프 개체 자체가 워낙 약한 개체로 묘사되긴 했지. 이너 루나틱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고, 처치가 간단한 녀석들. 악마 중에서는 최약체라고 볼 수 있다. 피도 가장 옅고.’ 그렇다고 녀석이 이렇게까지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본디 과거부터 내려오는 악마란 존재는 무엇인가?
영악하며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미지(未知)의 괴물들.
…한데.
녀석은 다른 개체보다 약한 것인지, 겁이 많은 것인지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제기랄. 악마면 좀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이지.
‘이너 루나틱을 플레이하며 이런 이론 수업을 대체 몇 번이나 들었는데… 그때도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 대체 뭐가 변수로 작용한 거지?’ 당연하게도 임프를 이용한 수업이 이렇게 빠르게 찾아온 적도, 또 특정 캐릭터에게 이런 불량 악마가 배급되었던 적도 없었다.
이건… 그건가?
세계가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 돌아가고 있다거나?
“……이해가 안 되는군요. 저의 조수 제안을 거절하다니.” 연단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다음이었다.
교수인 라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꾸했다.

“아쉽게 되었습니다만, 저보다 적임자가 있을 겁니다.”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노예를 피해가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라스의 두 눈에 타오른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였다.
뭐야. 쟤 좀 무서운데?
라스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포기했는지 다른 쪽으로 질문해왔다.
“녹스 군. 혹여 임프를 다룰 때 다량의 마력을 한 번에 주입하거나, 고통을 주거나 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말한 것 이외의 방법을 사용했다거나요.” 음?
이건 또 무슨 개소릴까.
나는 그냥 불량품이 와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왠지 라스 교관의 분위기가 살벌했기에 최대한 솔직히 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잘은 모르겠다. 하나, 묘하게 휘어지는 라스의 눈썹이 지금의 상황과 일련의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잘 알겠다.
라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미치광이 교수 같으니까.
‘제기랄. 이젠 모르겠다.’ 나는 불량한 태도로 미간을 구겼다.
“어쨌든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보다 다른 녀석으로 바꿔주시죠. 엘리데인 같은 명문에서 수업 물품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니… 이해가 가질 않…….” “미안하게 됐군요. 하지만… 녹스 생도. 그건 저희 엘리데인 측 문제가 아닙니다.” “…무슨 뜻입니까?”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렇게 되물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답해오지 않았다.
“쉽게 말하자면, 다른 요소가 작용했다는 이야기지요. 후에 내 강의를 이어 듣는다면 알게 될 겁니다. 좀 더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저의 정식 제자가 되는 편이 더 좋을 것…….” “거절합니다.”
다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양반… 거의 미친 것 같은데?
나를 보며 침을 흘리기 일보 직전이다.

나는 어서 강의실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어쨌든.
임프를 활용한 수업은 곧 끝났다.
‘정작 임프가 날 왜 피했는지조차 모르고 수업이 끝나버렸네. 하….’ 궁금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수업이 끝나버렸다.
이왕 악마를 본 김에 상대할 만할지, 또 어떤 특성을 지녔는지. 제대로 봐두고 싶었는데 모두 허사가 됐다.
뭐 다른 뾰족한 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앗, 녹스!”
“…탈리아. 무슨 일이지?” 라스의 수업이 모두 종료된 뒤.
나는 탈리아가 불러 세우는 소리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리 내가 그녀를 밀어내려 한다 해도 쉽진 않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거든.
옆에 두며 감시하되, 최대한 나에 대한 악감정을 심어주는 것. 이제 나는 그쪽으로 목표를 완전히 선회했다.
그전까지는 이용해 먹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나라는 변수가 있는 시점에서 스토리는 조금씩 뒤틀릴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은… 말하자면 변수 조정을 위한 조취다.
절대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다.

어쨌든.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행동하기까지는 좀 더 고생해야 할 것이다. 그전엔 유닛들의 비위를 맞추는 수밖에 없다.
탈리아는 내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소처럼 우물거리며 물어왔다.
“그게… 임프를 다루는 것 말인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두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물어오는 질문. 하지만 정작 되묻고 싶은 건 내 쪽이었다.
조금 전에 이 녀석은 라스 교수와 나눈 나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걸까?
맹세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 망할 임프가 겁에 질려 덜덜 이를 부딪치며 떨었을 뿐.
“어떻게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었는데 알아서 물러서더군. 약해 빠진 놈이었다.” 그때, 탈리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임프는 악마잖아? 그렇게 쉽게 자존감을 굽히는 놈들이 아니야. 내가 본 고서에서는 자신보다 더 상위 존재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하던걸…? 생도 수준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엠마가 전에 말해줬던 기억이…….” “……?”
……그런 설정이 있었던가.
사실 임프는 이너 루나틱의 극 초반부에 다뤄지는 악마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괴물 생도들이 능력을 개화하면서는 아예 병풍이 돼 버리는 놈이지. 그런 녀석에게 그런 비하인드 설정이 있을 줄이야.
‘하하. 그래서 그 미친 교수가 날 노예로 삼으려고 한 거구나.’ 드디어 이유를 깨닫고 말았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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