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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지하 창고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다.
몹시도 지독한 마약부터 그 출처가 불분명한 장비류는 물론이고, 시중에서 쉽게 구하지 못할 스킬북이나 희귀한 몬스터, 심지어 사람까지.
창고 가득 빼곡히 들어차 있는 ‘상품’들의 모습에 조용히 혀를 찼다.
몬스터까지는 뭐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사람까지 사고파는 건 역시 아무리 나라도 어떨까 싶다.
흘깃 시선을 돌려 쇠창살 너머로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폈다.
함부로 자해하지 못하도록 단단한 쇠고랑에 구속된 그들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도 가축 이하였다.
“…목에 있는 건 ‘예속의 목걸이’인가?” “예. 원래는 몬스터 구속용으로 발명되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악용하는 이들이 있는 법이죠.” 토다의 설명에 짧게 혀를 찼다.
“저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노예로 팔립니다.” “…기본이 노예라.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소린가?” “예… 사는 사람에 따라서는 노예가 아니라, 장기 이식을 위한 단순 ‘상품’에 불과합니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노예보다는 이쪽이 주가 되죠.” “그렇군.” 나지막이 수긍하며 재차 쇠창살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미 삶 자체를 포기한 것인지 죽은 생선 같은 텅 빈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잠시간 그 눈을 마주하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나는 딱히 선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악인도 아니다.
단지 그저 몬스터일 뿐이다.
“장비들부터 분류하지. 이미 바깥에 소식이 알려졌을 테니, 꾸물거릴 시간은 없다.” 나지막이 토다와 윤하양에게 명령했다.
둘은 군말 없이 내 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재차 시선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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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볼사이트 여전히 멍하니 다 죽은 눈으로 이쪽을 보는 이들의 눈빛이 보인다.
재차 그 눈빛을 마주하다 이내 몸을 돌렸다.
따로 아이템 가방을 파워볼게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마침 창고 안에 고가의 아이템 가방이 몇 개 있었기에 그걸 사용해 다른 상품들을 챙겼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해 토다와 윤하양 모두 아이템에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따로 좋은 것들을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전부 챙긴 다음, 정수아에게 모두 맡길 생각이다.
그녀라면 알아서 잘 구별해 주겠지. 엔트리파워볼
귓가로 히스테릭하게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그녀는 내 부하니까.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EOS파워볼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장비류를 모두 챙길 수 있었다.
양은 많았지만, 따로 구별 같은 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무작정 쓸어 담았기에 그리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곧장 지하 창고를 벗어났다.

[살려주려던 거 아니었어?] 로투스바카라 우르르- 쾅─!!!
무너져 내리는 암시장 건물을 바라보며 왼쪽이가 조용히 물어왔다.
“딱히. 살려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흐음… 살려줄 것 같았는데.] “단순한 동정만으로 살려주기에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으니까. 혹여 이쪽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곤란하다.” [흠. 그렇구나.] 덤덤히 들려오는 목소리를 끝으로 왼쪽이는 그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나도 구태여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간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소식을 듣고 달려온 헌터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당연히 야마모토 쪽의 헌터들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의외로 협회 쪽의 헌터들이었다.
윤하양의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모양이다.
저쪽이 협회 쪽 헌터들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 윤하양을 일찌감치 그들과 합류시켜 두었다.
따로 설명은 다 해줬으니, 알아서 잘 해결할 것이다.
이후, 토다와 헤어져 블랙 마켓으로 향했다.
토다에게는 지금까지처럼 행동하라고 명령해 두었다.
나와의 헤어짐이 상당히 아쉬운 것 같아 보였지만, 모른 척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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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는가, 그대?” 그렇게 블랙 마켓에 도착하면, 이미 내부 장악은 완전히 끝난 모양이었다.
꽤 오랜만에 들린 정수아의 집무실에서 스노우가 여유롭게 손 흔들었다.
“일은 잘 끝난 모양이군. 어땠나?” “딱히 문제는 없었다. 단지 연습용으로는 헌터들의 수준이 너무 낮더군.” 담담히 답하는 스노우의 모습에 가만히 고개를 주억였다.
“확실히 S랭크 수준으로는 연습이 안 될 만하겠군.” “그래도 아예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제 나름 헌터들을 상대하는 법을 알겠더군.” “축하한다.” 스노우가 슬며시 웃었다.
언제나처럼 당당해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 나 역시 자연스레 따라 웃었다.
“저기요, 두 분. 설마 제 존재를 잊으셨나요? 여기 제 집무실이거든요?” “아, 그렇군. 그대가 있었구나. 미안하다. 너무 미약한 존재감이라, 그만.” “…헤헤. 언니도 참! 미약하다뇨? 눈부신 존재감이겠죠!” “몇 번이고 말하지만, 본녀는 그대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허락한 적이 없다만.” “어휴~ 또 그런다, 또! 조금 전에 제가 드린 선물도 기쁘게 받으셨으면서!” “흠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설마 이제 와서 줬다 뺐을 생각은 아니겠지?” “어머, 절대 아니랍니다! 그냥 자꾸 언니가 그러시면, 다음에 드릴 선물은 조금 늦게 받지 않을까나 하고….” “앞으로는 본녀를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거라.” “네, 언니!” “…….”
한편의 만담을 벌이는 스노우와 정수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건 또 여러 의미로 상상도 못 한 전개다.
일단 두 사람 사이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까?
그것보다 스노우는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을 좋아했었구나.
잊지 않게 메모해 둬야겠다.
“…그래서 이번 일에 대한 것이다만, 우선 이것부터 확인해 줬으면 좋겠군.” 챙겨온 아이템 가방들을 내밀었다.
슬쩍 그 안을 확인한 정수아가 ‘으엑-’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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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들어가 있어요? 따로 분류도 안 하고 막 집어넣은 건 아니죠?” “…분류는 맡기겠다.” “…저기요? 저도 할 일 많거든요?” “…밑의 애들한테 시키면 되지 않나?” “…그래요. 당신한테는 내가 그 밑의 애들이겠죠… 좋아요, 좋다구요. 내리갈굼만큼 아름다운 문화는 또 없으니까….” 꽤나 심각한 어조로 중얼거린 정수아가 이내 나연성을 불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집무실 내부로 들어온 나연성이 이쪽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 인사에 적당히 답하기도 전에 정수아가 대뜸 입을 열었다.
“이것 좀 분류해 주세요.” “…네?”
“종류별로, 등급별로. 또 가격대별로 세세하게!” “…예, 알겠습….” “아침까지 다 끝내요!” “…저기… 사장님? 아침이라면 이제 몇 시간 안 남았습니다만? 당연히 내일… 아니, 모레 아침이죠?” “오늘 아침까지!” “사, 사장님?” “나 이제 사장 아니에요!” 그리 말한 정수아가 훠이훠이 손짓까지 해가며 나연성을 내쫓았다.
마지못해 쫓겨나는 나연성의 얼굴이 굉장히 처량했다.
“…조금 심한 거 아닌가?” “심한 건 내가 아니라, 너겠죠!” “…….”
빼액- 소리치는 정수아의 모습에 꾹 입을 다물었다.
감각적으로 지금 입을 열면 좋지 못한 꼴을 당할 것 같았다.
그리고 차마 아무 말도 못 하는 나를 대신해 한쪽에서 조용히 루엘과 놀아주던 스노우가 불쾌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본녀의 서방님에게 심하구나. 적당히 하거라.” “다음에는 오늘 받은 다이아보다 더 큰 거로 구해 드릴게요.” “…흠흠! 이제 보니 심한 건 닉스 그대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랫것을 함부로 부리면 좋지 않다.” “…….”
곧장 태도가 돌변한 스노우와 의기양양한 얼굴로 이쪽을 보는 정수아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진 거 같아 기쁘지만, 꼭 기쁘지만도 않은 기분이었다.
쉬───

조용히 ‘힘내세요.’ 하고 울어오는 루엘의 존재가 없었다면 여러모로 지칠 뻔했다.
아니, 이미 지쳤는가?
앞서 야마모토 쪽의 암시장을 털 때보다 더 지치는 것 같았다.
“그럼 장난은 이쯤하고, 오늘 일에 대해서 각자 보고하지.” 한차례 분위기를 상기시키며 화제를 전환했다.
짐짓 장난스럽게 미소짓던 스노우도, 시종일관 기분 나쁘다는 티를 내던 정수아도 그제야 표정을 바로 했다.
잠시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오늘 하루 알게 된 정보들과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꽤나 간략하게 간추린 내 설명이 끝나고, 정수아 쪽도 마찬가지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는데, 제법 중요한 정보가 많던 이쪽과 달리 정수아 쪽은 별다른 새로운 정보가 없었다.
“오거득 그 아저씨는 줄타기를 너무 심하게 한 모양이에요. 너무 줄을 타다가 결국 양쪽 다 눈 밖에 나버린 거죠. 평소부터 욕심만 가득하고 아무런 정보도 없을 만하죠.”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정수아가 말했다.
“그것보다 회장님 쪽 정보는 죄다 쓸만한 것뿐이네요. 다른 것보다 그 배신했다는 S랭크 헌터 쪽 정보가 유용한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접촉해볼 생각이다.” “접촉해서 어쩌게요?” 슬쩍 고개를 갸웃거리는 정수아를 향해 간략히 설명했다.
“일단 암시를 건 다음에 천천히 활용할 생각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암시장을 습격한 범인을 장웨이 쪽으로 몰아갈 생각이니까.” “흐음… 대충 알겠어요. 그렇다면 아까 가져온 장비들은 이쪽에서 처분하면 안 되겠네요?” “그렇지. 가능하면 장웨이 쪽의 암시장을 이용할 생각이다.” “야마모토 쪽의 암시장에 있던 상품들이 장웨이 쪽에서 팔린다? 이건 분명 빼도 박도 못 하겠죠.” 역시 정수아라고 해야 할까? 다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척하고 알아듣는다.
“세세한 사항은 맡기지.” “…또 일이 늘었네요. 뭐, 이쪽에서 그걸 해결할 사람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알겠어요, 맡겨주세요.” 차분히 고개를 주억이며 수긍하는 정수아의 모습에 마주 고개를 주억였다.
그때까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스노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다음은 어쩔 테냐? 앞서 말한 이치죠라는 헌터는 정작 어떻게 활용할 생각이지?” “이치죠는 카즈마 쪽 파벌의 인물이지. 그런 그가 배신했다면, 자연스레 카즈마와 카즈키의 사이가 더 나빠질 거다. 안 그래도 다툼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정점을 찍겠지.” “흐음… 그렇다면 그다음은?” “각개격파다. 아무리 그래도 SA랭크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버거운지라. 일단 하나씩 상대할 생각이지.” “본녀의 도움을 받으면 쉬울 것을.” 조금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스노우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스노우, 네가 나서면 재미가 없으니까. 적어도 왕퐝이 합류할 때까지는 참아다오.” “호오. 왕퐝이라면, 인류 최강이라는 바로 그 SS랭크 중 하나인가?” -그건 기대되는구나.
슬며시 미소 짓는 스노우의 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다, 곧 말을 이었다.
“뭐, 사실 왕퐝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군.” “흠?”
“오늘 확인해보니 예상보다 장웨이 쪽의 전력이 다소 강해서 말이다. 혼자서는 조금 무리겠더군.” -적어도 본신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은.
뒷말은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스노우라면 알아들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이 맞다는 듯, 스노우는 이해했다는 뜻으로 가볍게 고개를 주억였다.
“여차하면 본녀도 함께 움직이는 게 좋겠구나.” “그때는 부탁하지.” “굳이 부탁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대의 일이 곧 본녀의 일이니까.” 매끄러운 호선을 그리는 스노우의 미소에 슬며시 따라 웃었다.
내가 이래서 스노우를 좋아한다.
“저기요, 두 분. 아까도 말했지만, 저도 있거든요? 여기 제 집무실이거든요?” 조용히 중얼거리는 정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얌전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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